무제(無題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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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자이 오사무(太宰 治) (1942)

최종 수정일 : 2018. 5. 5.

――― 오오이 히로스케라는 작자는 실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인물이다. 이 글을 쓰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다. 열 아홉 글자씩 스물네 줄. 즉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을 하나 써보라는 것이다.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. 나는 오오이 히로스케와 어울려 본 적도 별로 없으며, 지금까지 둘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었을 텐데,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와 같은 난제를 퍼붓는다. 그야말로 난처하기 짝이 없다. 오오이 군이여. 나는 그렇게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네.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. 정확히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이라니, 그렇게 정확한 글을 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. "도저히 안 되겠다"며 거절하였더니, "그건 곤란합니다. 체면을 구겨놓는 일입니다" 라고 한다. "구겨진다"가 아닌, "구겨놓는다"고 하는 것도 묘하다. 이렇게 되면 내가 오오이 히로스케의 체면을 구겨놓은 일이 된다. 생각하는 방식이 이미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.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. 나는 도대체 무슨 죄가 많기에 사백 쉰 여섯 글자로 된 문장을 써야 하는가. 원고지 서른 장을 찢었다. 원고료 육십 엔을 청구한다. 바보. 지금 줄 수 없다면 외상으로 해 두겠다. ―――

(원문-역문 모두 456글자 – 역자 주)